Humans of FASTFIVE: 패스트트랙아시아 브랜딩&커뮤니케이션 팀장 박소연 님 인터뷰
”평생 직장’은 옛말이 되었다’는 말조차 옛말이 되어버린 요즘. 한 회사에 오래 다니지는 않더라도, 우리는 계속 일을 이어나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을 대해야 할까요? 이번 FASTFIVE Interview에서 만나본 패스트트랙아시아 박소연 팀장님은 어디에 소속되어 있든 자신의 일을 놓지 않는 것이 커리어의 비결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눈앞의 작은 이익과 편안한 일을 좇다가 커리어의 중심을 잃지 않으려면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그 일을 꾸준히 이어가야 합니다. 운명처럼 ‘나의 일’을 만나는 행운은 어떻게 붙잡을 수 있을까요? 소연 님과의 유쾌한 인터뷰를 통해 그 실마리를 찾아보시죠.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 소개와 패스트트랙아시아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패스트트랙아시아에서 대외 커뮤니케이션과 기업 홍보를 담당하는 박소연이라고 합니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우리나라 최초이자 제대로 컴퍼니빌더 역할을 하는 유일한 회사라고 볼 수 있는데요,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VC인 패스트인베스트먼트와 파트너 자회사인 부동산 스타트업 패스트파이브, 성인교육 스타트업 패스트캠퍼스의 PR을 함께 맡고 있습니다. 특정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것보다 윗단의 개념으로 기업 자체를 홍보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일을 시작한지는 만 8년이 지나 9년차에 접어들었네요. 그동안은 IT B2B 마케팅 등의 일을 경험했고 스타트업이라는, 완전히 다른 업계로 들어오게 된 것은 작년 초의 일입니다. 합류할 때는 고민도 많았지만 막상 들어오고 나니 매일이 다이나믹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분위기인 데다 저에게 영감을 주는 분들을 매일 만나게 되어서 만족합니다.
Q. 이전에 하셨던 일과 지금 하시는 일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이곳에서의 일은 스스로에게 도전의식을 줍니다. 스타트업은 말 그대로 시작하는 기업이다보니 없던 길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트래킹을 한다고 생각해보면, 없던 길을 내면서 가면 재미도 있고 내가 간 길이 뒷사람에게 길잡이가 된다는 보람이 있겠죠. 반면 내가 가는 길이 앞을 향하는지 뒤를 향하는지 알 수 없고, 모든 일을 스스로 해야 한다는 점은 어려울 겁니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만들어진지 7년 정도가 되었으니 완전히 신생 기업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PR이나 홍보 측면은 비교적 최근에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입사한 뒤 ‘새 길을 내는’ 어려움이 조금 있었죠.
처음 패스트트랙아시아에 입사했을 때 이곳의 업무 방식이 참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규모가 큰 회사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서 누가 그 자리에 가도 같은 일을 해낼 수 있어요. 반면 중간에 불필요한 절차도 많죠. 패스트트랙아시아에서는 제가 대표님과, 혹은 기자들과, 업계의 실무자들과 직접 마주치는 일이 많습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어떤 일을 하기로 했을 때 진행 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회사 이름대로 ‘패스트’예요. 제가 생각했을 때 진행하면 좋겠다고 판단되는 일을 대표님께 전달하고, 공감을 얻으면 바로 시행되죠.
저는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는 과정이 연인을 만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성향도 잘 맞아야 하고, 서로 공유하는 문화적 배경도 맞는 게 좋죠. 이곳에는 자율성이 보장되어 있고 그만큼 책임감도 가져야 합니다. 자율성이 보장되는 대신 많은 부분을 결과로 이야기해야 하죠. 개인적으로 패스트트랙아시아의 이런 스타일과 잘 맞아서 만족합니다. 주위 친구들을 보면 자신이 추진하려던 일이 잘 안 되었을 때 좌절감을 많이 느끼더라고요. 큰 회사에서 대리, 과장 정도의 연차가 쌓인 분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지점은 이런 겁니다. 어떤 일에 한 달 정도 매달려서 열심히 했는데, 갑자기 없던 일이 되는 거죠. 그럼 회의감도 많이 들고요. 패스트트랙아시아에서는 단연코 그런 일은 없어요. ‘나는 회사의 부품인가?’라는 생각을 해보셨거나, 단순한 일, 누가 지시하는 일만 하기 싫은 성향인 경우 내가 성과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스타트업과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팀장님은 일을 할 때 어떤 가치를 가장 중시하시나요?
창업자, 소위 ‘대표, 사장’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회사를 설립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할 일이 너무 많아요. 마케팅도 해야 하고, 회계 등 행정도 해야 하죠. 그래서 그런 일들을 도와줄 직원을 뽑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구직자가 입사할 직장을 찾을 때 그 기업의 목표와 추구하는 가치, 비전 등을 다 알아보잖아요? 저는 구직자가 회사의 가치에 동의하고 함께 일하기로 한 이상 그 회사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원하는 비즈니스를 최대한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일은 내 업무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과는 일하기 힘듭니다. 예를 들어 저는 어떤 업무 지시가 올 때 ‘이 일을 내가 왜 해야 하지?’라고 생각하는 편은 아니에요. 제가 적임자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저에게 온 일이겠죠. 물론 한 부서 안에서도 R&R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나에게 온 일이 부당한 업무가 아닌 이상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가치입니다. ‘이건 제 업무가 아닌데요’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과는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힘들고 당연히 동료들의 사기도, 회사의 효율도 떨어뜨리는 거 같아요.
Q. 지금까지 맡았던 일 중 가장 어려웠던 일은 무엇인가요?
패스트트랙아시아의 경영진들은 세상이 정해놓은 룰을 따르지 않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상대해야 하는 카운터파트 중 언론이라는 분야는 이미 기성의 룰을 가지고 있죠. 그들의 관습이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제가 제어할 수 있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이 부분이 가장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점차 요령이 생겼어요. 사측과 내 카운터파트의 입장을 조율하는 것이나, 어려운 부탁을 거절하는 것도 능력이라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부분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최근 2년 간은 그 부분을 놓을 줄도 알아야 진정한 고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안 되는 것을 붙잡고 끙끙대면 어느 수준에 머무르게 되니까요. 그래서 저 역시 현재도 배우고, 성장하는 단계라고 느낍니다. 누군가에게 ‘No’라고 말했을 때 스트레스도 덜 받고, 덜 괴롭거든요. 예를 들어 예전에는 대기업에서 협업 제안이 오면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잘 거절하는 법을 익히니 상생하는 관계에서, 상대와 동등하게 협상하는 일이 더 쉬워졌습니다.
Q. 반대로 가장 뿌듯했던 일은 무엇인가요?
작년 패스트파이브에서 미디어브리핑을 진행했는데, 전통적인 기자간담회의 방식에 더해 창의적인 방식을 함께 적용했습니다. 많은 경제 잡지의 커버가 되기도 했죠. 돈을 내고 하는 광고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관심을 갖고 기사를 쓰게 만드는 일은 정말 어려운데도 우호적인 기사가 많이 나고 기사도 많이 나서 정말 뿌듯했습니다.
이렇게 인력, 시간, 비용 등의 투자 대비 좋은 결과가 나올 때 뿌듯함을 느낍니다. 모든 마케터들이 그렇겠지만요. 이런 지점이 스타트업의 묘미라고 생각해요. 말도 안 되는 일 같지만 결국 힘을 합쳐 해내는 거죠. 앞서 말씀드렸듯 성향에 맞지 않는 사람은 괴롭겠지만 맞는 사람에게는 쾌감입니다.
Q. 팀장님의 하루 일과를 소개해주세요.
오전에는 대표님께 모니터링 뉴스를 전달드립니다. 그 뒤에는 부동산 분야 담당자를 만나서 점심을 먹고, 교육 분야 담당자와 커피를 마시거나 벤처업계나 관심이 있는 타 산업의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방학 등의 기간에는 창업 분야에 관심있는 대학생들도 만나고 하는 식이에요. 대략 하루에 만 보 정도를 걷는 날도 많아요. 하루의 30-40%는 책상 앞에 앉아 있고 나머지는 밖에서 사람을 만나네요. 아, 개인적으로 기자를 만날 일이 많아서 패스트파이브 강남3호점을 주로 이용해요. 무인마켓이나 스튜디오 같은 부대시설을 기자들에게 보여주기도 좋은 지점이라서요.
Q. 개인적인 목표도 궁금합니다.
곧 ‘워킹맘’이 되려는 찰나인데요, 멋지게 지내고 있는 여성 선배들을 보면서 ‘저렇게 되어야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패스트파이브는 스타트업 중에서는 정말 드물게 어린이집까지 운영하는 곳이기도 하니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봅니다.
인생에 대입, 취직, 결혼, 출산 같은 몇 가지 관문이 있다고 하잖아요. 아마 이 인터뷰를 읽는 분들은 대부분은 아마 대입이라는 첫 번째 관문은 통과하셨을 것 같습니다. 나머지 관문도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한 내 기준을 가지고 길을 가면 절대 길을 잃지는 않을 거 같아요. 남의 기준에 맞추어 대학과 학과를 고르면 4년, 혹은 그 이상이 너무 힘들죠. 결혼도 내가 하고 싶을 때, 내가 하고 싶은 사람과, 내가 하고 싶은 형태로 하면 됩니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나의 기준과, 사회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규칙만 고려해서 선택하면 편해요.
출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저만 해도 아침에 일어날 때와 밤에 자기 전에 생각이 달라져요. ‘일은 어떡하지? 내가 키우는 게 맞을까?’ 등의 생각이죠. 결국 제 마음이 끌리는 대로 하는 게 맞을 겁니다. 다만 그러려면 자존감을 높여야겠죠. 다른 사람의 말에 흔들리고 스트레스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는 선배들을 보면 다들 행복하게 살더라고요.
우리 모두는 슈퍼우먼이 아닙니다. 아이를 낳는다고 갑자기 없던 힘이 생기지 않겠지요. 도움이 필요할 때는 청하고, 조금 더 쉽게 생각하면 결혼과 출산 등에 대한 부담이 줄고 선택도 쉬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업계의, 혹은 일하는 여성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저 스스로를 비롯해 20-30대 초반 후배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제 반성과 같은 조언이 있습니다.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길을 누군가 대신 가보고 알려준다면 안 가는 것도 좋다’. 저 역시 20대 때는 간접 경험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나는 직접 가보지 않으면 후회할 거야’라며 모든 것을 경험해보려고 했겠죠. 하지만 간접 경험도 경험이거든요.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지만, 굳이 상처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요즘 세미나나 강연이 굉장히 많고 질도 좋잖아요? 많이 참여하고 간접 경험을 쌓으세요. 롤 모델을 찾아보는 것도 좋고요. 세상이 너무 험해서, 굳이 나서서 상처 받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피부에 상처가 나면 완전히 원래대로 돌아올 수 없습니다. 잘 아물었다고 해도 적어도 흉터는 남죠. 마음의 상처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처 자체를 내지 않는 게 좋아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직을 많이 했습니다. 거의 2년에 한 번씩, 4번 정도의 이직을 거쳤죠. 그 이직이 대부분 나름대로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제가 정말 이 직무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직무를 찾기 위해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인턴을 네 번 경험했어요. 그래서 실제로 사회에 나온 뒤에는 직무를 바꾸지 않았죠. 마케팅도 했다가, 세일즈도 했다가 기획도 했다가… 이런 식으로 커리어를 쌓지 않은 겁니다.
사회 초년생 때부터 저의 목표는 10년 정도 일을 했을 때 제 직무 안에서는 남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자는 거였습니다. 이렇게 회사는 바꿨지만 직무는 바꾸지 않았던 게 저의 경력 쌓기의 핵심인 것 같아요. 어디에 소속되어 있든 자신의 스페셜리티를 바꾸지 않고 자기 일을 꾸준히 하면 됩니다. 세계 어디를 가나, ‘what do you do?’라는 물음에 나는 어떤 회사에 속해 있어가 아니라, 나는 어떤 일을 한다고 명확히 말할 수 있도록요.
같은 회사원이더라도 어떤 사람은 이직도 잘 되고 연봉도 올라요. 그 사람은 ‘전문 직장인’이기 때문이죠. 많은 분들이 ‘전문 직장인’이 되셨으면 합니다. 저도 앞으로 갈 길이 더 많이 남았으니 같이 노력할게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오랜 공부가 필요합니다. 한 방향으로 꾸준하게 매일의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우리도 어느새 ‘전문 직장인’이 되어 있겠죠? 여러분이 각자의 길에서 멋진 커리어를 쌓을 수 있도록 패스트파이브가 늘 응원하겠습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패스트파이브에서 ‘전문 직장인’으로 성장하고 싶다면?
* 컴퍼니빌딩 컴퍼니, 패스트트랙아시아가 궁금하다면?